지난 10월28일부터 31일까지 여성회관 1층 전시관은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빛났다. 다솔공방 7인의 한지부조 작품 70여점이 화사한 조명을 받으며 저마다의 재밌는 얘깃거리를 품고 방문객을 맞고 있었다. 굴렁쇠, 뻥튀기, 연할아버지, 비단장수, 수박서리, 돼지가족, 시집가는 날 등 작품마다에 붙여진 이름도 정겨웠다. 제1회 다솔공방회원전을 연 이순옥 회장을 만났다.
“24살에 사내결혼을 하고 남편이 부산지사에서 서울본사로 발령 받아 올라왔는데 원체 소심하고 내성적인 저를 걱정한 남편이 뭐든지 배우라고 지점토 수강증을 끊어왔더라구요.” 그렇게 시작됐다. 워낙 손으로 하는 모든 것을 재미있어하던 그녀는 지점토에서 종이접기로, 4년 전엔 한지부조로 ‘관심분야’를 넓혀갔다. “한지 색이 무척 고운데다 그 질감이 부드러워서 느낌이 참 좋아요. 사람을 만들 땐 하나하나 완성해나가는 과정도 무척 재밌구요.”
2000년엔 예술의전당에서 협회주최로 한지부조 특선을 수상하고 2001년 닥종이인형으로 동상을 받았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아직도 그녀는 토요일마다 남대문에 있는 협회에 꼬박꼬박 나가 ‘비싼 수강료를 내고’ 공부를 계속한다. 가장 든든한 후원자인 남편(김용준·41)은 그런 아내를 남대문에 내려주고 여의도로 출근한다. 다솔공방도 남편이 지어준 이름. 신혼초에 남편은 ‘당신도 한 인격체이고 자식도 한 인격체이니 너무 자식에 연연하지 말고 당신 인생을 살으라’며 아이도 하나만 갖자고 했다. 지금의 그녀는 남편이 기획하고 지원한 덕택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겠다.
제헌절에 태어난 아들 제헌(금파초 5학년)이는 바쁘게 열심히 사는 엄마를 ‘자랑스러워’한다. 분주한 아내를 대신해 아이와 놀아주는 건 남편 몫이다. 아들친구들이 ‘니네 아빠 노냐’고 할 정도로 남편은 일찍 퇴근하고 주말마다 아들과 친구처럼 지낸다. 그녀는 “남편으로도 백점, 아빠로서도 백점”이라고 했다.
최근 그녀는 가게를 겸했던 공방에서 풍년마을 상가 12평짜리 오피스텔로 작업실을 옮겼다. 그곳에선 개인작업만 하고 몇 군데 출강해 한지부조의 매력을 알리고 싶어서다. 먼 훗날의 꿈은? 한적한 곳에 집을 지어 2층은 가정집, 1층은 전통찻집을 운영하며 벽면 전체에 작품을 걸어놓고 가르치기도, 팔기도 했으면 싶다.
…꿈은 이루어진다.
/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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