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웅 관장의 망와 그림 및 유명작가 기획전 등 풍성

차 한 잔의 여유 속에 영혼의 휴식처로 그만
다양한 장르의 한국 미술 과거와 오늘, 미래 동시에 관람


멀리가지 않고도 가까운 곳에서 내면의 울림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미술관이 있다는 것은 그 지역의 자랑이자 행복이다.

아비뇽 화파를 만들어 내며 국제적 예술 활동의 중심지인 예술의 도시 프랑스 아비뇽 사람들이 갖는 자부심도 이 때문일 것이다.

고촌면 신곡리 현대힐스테이트 아파트 단지 뒤 나지막한 야산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보름산 미술관'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탈피해 작품 감상을 통해 영원의 휴식을 얻기에 그 만이다.

수업으로 지친 아이들의 정신적 피로를 덜어주고 가족과 추억거리를 만들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고촌읍 신곡사거리에서 한화아파트와 현대힐스테이트로 난 도로에 설치된 이정표를 보고 황량한 아파트 사업부지 가운데 도로를 따라 2백여m쯤 가다보면 푸른 숲 사이로 나지막한 산중턱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보름산 미술관'을 만날 수 있다.

입구에 설치된 작은 나무 간판을 따라 들어서면 미술관을 호위하듯 길게 늘어선 장군석과 각종 석물이 마중한다.

‘민둥산에 보름달이 반쯤 걸려 있는 것 같다’ 해서 붙여진 지명에서 이름을 빌린 이 미술관은 망와 화가로 유명한 장정웅(67) 작가의 작업실 겸 생활공간이기도 하다.

그는 20여 년 전 우연히 들른 이곳의 아름다운 산세에 반해 터를 잡고 전국을 돌며 수집한 망와와 목공예, 도자 등의 상설 전시장과 평면 미술작품의 전시 공간을 만들어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의 한국 미술의 오늘과 내일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보름산 미술관'을 지난 2009년 개관했다.

경기도가 지정한 도내 미술관 중 최초의 1종 미술관인 '보름산 미술관'은 2,644㎡의 부지에 제1전시장과 카페와 다실, 강의실 등으로 사용되는 다목적실, 책방이 위치한 본관과 제2전시장이 있는 별관 그리고 정정웅 관장의 작업실과 강의실이 있는 제2 별관으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동 마다 그대로의 지형을 살려 건물을 앉혀 안전감과 편안함을 더해 준다.

장독대로 담을 만든 뜰 옆 미술관으로 이어지는 야생화로 뒤 덮인 두 갈래의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면 자연이 주는 평안함도 덤으로 얻어 갈수 있다.

계단으로 이어지는 본관 1층에 마련된 30평 크기의 제1전시장은 회화와 사진을 비롯한 평면미술 작품이 기획전과 특별전 형식으로 열려 예술의 다양성을 선사한다.

통유리로 마감돼 주변 경관을 내려다 볼 수 있는 2층 중앙에는 미리부터 그 자리에 있던 오래된 나무를 베어내지 않고 미술관 안으로 끌어들여 실내에 자연을 담아냈다.

책을 통해 문화와 예술을 이야기하는 이벤트가 열리는 책방과 반질 반질한 세월의 윤기가 흐르는 목가구와 황토 벽으로 마감한 음악 감상과 차를 마시며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다실과 카페는 또 하나의 '보름산 미술관'이다.


입식과 볏짚의 좌식으로 구성된 카페엔 보름산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뻐꾸기와 소쩍새, 딱따구리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테라스와 부전공으로 건축학을 전공한 장 관장의 숨겨진 솜씨를 엿볼 수 있는 있는 소품이 곳곳에 숨겨져 있어 또 다른 볼거리와 재미를 더해 준다.

이곳을 나와 작고 앙증맞은 석물들이 자리를 차지한 야외 전시장을 내려오면 장 관장이 20년 가까이 전국을 돌며 수집한 망와와 각종 목가구 등 전통 오브제를 상설 전시하는 제2전시실과 만난다.

어느 권문세도가의 지붕 용마루 끝을 장식하며 가문의 권위를 상징하고 악운을 물리치는 주술적 의미를 담고 있는 망와는 전시실뿐만 아니라 미술관 처마와 모티브 장식으로 미술관을 꾸미고 있다.

장군석의 사열을 받으며 2전시실을 나와 학교 연계 프로그램으로 대상별 교육이 진행되는 교실과 장 관장의 작품이 만들어지는 스튜디오가 있는 작업장으로 이어지는 길엔 산에서 내려오는 물길에 물레방아를 설치해 만든 연못에서 노니는 비단잉어와 금붕어가 반긴다.


주변의 작은 나뭇가지와 이름 없는 풀, 무심이 놓인 작은 돌 어느 것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예술적 감각을 담고 있는 '보름산 미술관'은 상상의 자유와 삶의 여유를 동시에 선사해 주는 자연과 예술이 하나 돼 숨 쉬는 공간이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지역 미술관을 운영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올해 개관 2년째를 맡은 장 관장은 그의 꿈과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보름산 미술관'이 지역 커뮤니티 형성을 위한 복합문화 공간으로 자리 할 수 있도록 10년 아니 20년 뒤의 ‘보름산 미술관’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보름산 미술관 전시관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말에는 오후 1시에 문을 열며, 카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된다.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추석 연휴는 휴관한다.

현재 개관 2주년 전시회로 '골동 취미'를 주제로 곽수연, 김홍경, 서보람 작가의 꽃무늬 망와전이 5월 28일부터 열리고 있다

문의전화 985-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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