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안 김포시산림조합장 시

구제역과 모정

이준안(김포시산림조합장 )

메콩강변에서 팔려 따이한에 머문 검은 천사가
눈꼬리를 내리곤 시골 아저씨와 악수를 했다
그윽한 정이 푸짐한 시골 아저씨가 내 머리를 쓰다듬자
검은 천사가 눈꼬리를 치뜨곤
내 아구와 두 발굽사이에 사악한 분노를 울컥 토했다
자욱한 신음을 애삭이는 내 목덜미를 끌어안고
시골 아저씨가 꺼억 꺼억 흐느껴 운다

꿈을 괴는 오장을 몽땅 떼 줘도 눈부신 기쁨일
내 아이가 젖을 빤다
하얀 까운이 까마득한 벼랑아래를 응시하며
내 목에 하얀 독침을 꽂는다
가야할 내 운명의 길이라며-

내 아이가 강하게 젖을 빤다
불 구름 속에서 엄습해오는 공포가 요란히 찢어지고
죽임의 광란이 몰아치는 눈시울에 어둠이 서린다

살려 줘 !
내 마지막 절규가 아득한 절벽 밑에서 몸부림치지만
엄마인 나는 결코 무너질 수 없다
이를 악물고 꺾이는 혼의 심줄을 불끈 세운다 눈빛도 새롭다
내 아이가 더욱 강렬하게 젖을 빤다

“ 이놈은 일분이 아니라 사분이나 버텼어 기적이야“
수의사의 미간에 숨겨진 순간사이로
사뿐 사뿐 희망이 기어든다

(나:어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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