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수록 건강해야 서럽지 않다.
평소 길을 다니다 보면 길가에 허리가 많이 굽은 할머님이 걸어가시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산부인과 의사를 하다보니 그런 광경이 그냥 지나쳐지지를 않는다.
그분들이 처음부터 허리가 굽은 분들은 아닐 테고 나이 들어 뼈가 약해져 척추뼈가 앞쪽으로 눌리면서 허리가 자연히 굽어지는 것이다. 그뿐인가 겨울철이면 눈길에 넘어져 골반이나 다리뼈가 부러져 응급실로 실려오는 분들이 허다하다. 이런 경우 오랫동안 누워있는 생활을 하며 뼈가 붙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다른 합병증이 잘 오고 그렇게 누워 계시다 돌아가시는 분들도 자주 보게된다. 게다가 나이가 들면서 동맥경화도 쉽게 오고 급작스런 심장마비나 중풍이 찾아오기도 한다.
요즘은 생활여건이 많이 나아져 평균수명도 연장되었고 80에서 90세까지 사는 분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가 있는데 60대에 벌써 허리가 굽는다거나 뇌 및 심혈관질환을 앓게 된다면 삶의 질이 저하된 채로 그 긴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이에 선진외국에서는 폐경 후의 여성들의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기울여왔고 여성호르몬 치료를 비롯한 다양한 접근방법을 개발해왔다. 90년대 중반 캐나다에 있을 당시 할머님들이 영양제를 먹듯이 여성호르몬제제를 복용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우리나라도 최근 10년 사이에 폐경증후군이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가 있게 되었고 관심을 갖고 병원을 찾는 분들도 많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폐경 초기 얼굴이 달아오르면서 땀이 쭉 흐르고, 열이 가라앉는 안면홍조 증상과 이유 없이 쑤시고 아프며 몸이 가라앉는 폐경기 증후군에 시달리게 된다. 물론 이러한 증상들은 폐경기에 겪게 되는 힘든 일들 중의 하나이고 호르몬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위에서 언급한 골다공증과 심혈관질환의 예방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호르몬 제제가 자궁내막암과 유방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하는 여론이 최근 다시 불거져 나와 호르몬 치료를 받아왔거나 받고자 하는 분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기도 하지만 유방암 발병률이 높은 서양에서의 통계를 우리나라에 적용하기는 문제가 있고 실제 사용하는 호르몬제제도 차이가 있어 매년 정기적인 검진을 하면서 복용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 현재 대한폐경학회와 대한산부인과학회의 입장이므로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최근엔 실제 유방암과 자궁내막암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신약인 SERM제제가 개발되어 있어 더욱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폐경 증상의 극복을 위해서는 폐경이 된 후에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젊은 10대부터 적절한 운동과 음식섭취로 건강을 가꿔나가는것이 더욱 중요하다. 실제로 여러 논문들을 보면 같은 시기에 폐경이 된 여성들 중에도 젊어서 특히 10대에 영양섭취를 잘하고 운동을 충분히 해서 뼈를 튼튼히 해놓은 여성들이 골다공증이 훨씬 더 늦게 온다는 것이고 이런 요소가 폐경 후에 골절이 오는 것을 예방하는데 있어 큰 몫을 차지하며 이것이 아마도 폐경 전 여성들의 골다공증해소에 상당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심혈관 질환도 마찬가지로 적절한 운동과 음식섭취가 예방에 필수이며 정기적인 암 검진을 통해서 부인과 암을 조기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발암물질 섭취를 줄이고 비타민 C, E, 카로틴 등을 과일과 야채를 통해 섭취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사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많은 연구결과이다. 보다 긍정적으로 한번 더 웃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생활자세를 잃지 않는 것 또한 나이 들어가면서 건강하고 유쾌하게, 그리고 서럽지 않게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이 가을에 가져본다.

<김포우리병원 산부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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