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김포교육박물관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이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정호승 시인의 시를 읊으며, 아련한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곳이 바로 김포교육박물관이다. 교사출신 부부가 운영하는 이곳에 들어서면, ‘눈물과 그늘’을 사랑하라는 메시지가 담긴 이인숙 선생님이 낭송하는 인생의 시를 만난다.

이곳 교육박물관은 교사출신 김동선, 이인숙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평생을 교육에 몸담아 온 두 사람은 후대에 어른세대가 살아온 교육과 추억을 보여주고 들려주기 위한 뜻에서 출발한 것이다. 김포가 고향인 김동선 관장과 아내 이인숙 여사는 평생을 교직에서 몸담고 퇴직한 뒤 이곳에 터를 잡았다. 평생 동안 머물렀던 교실의 아름다움과 빈자리를 거쳐 간 수없는 학생들의 눈망울이 가슴 가득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란 걸 아는 데는 한 시간 수업이면 충분하다.

대곶면 덕포진 입구 근처 이정표도 제대로 없는 교육박물관을 물어물어 찾아가면, 3층 건물에 수복이 쌓여 있는 갖가지 소품과 추억담긴 물건들이 꽉차있다. 1층에 자리한 ‘엄마아빠 어렸을 적에’라는 교실에는 40대 이상이면 누구나 기억할 어릴 적 교실 그대로가 재현돼 있다. 학교종이 땡땡땡 종이 매달려 있고, 풍금과 구식난로, 난로위에 쌓인 노란도시락, 칠판에는 월사금 낸 사람 명단이 적혀 있다. 또 쥐꼬리 가져오기 숙제가 눈에 띤다.

교육박물관은 전시된 옛 물품을 관람하는 맛도 크지만, 최고의 진미는 역시 노 부부교사가 전해주는 수업의 맛이다. 이 스토리텔링의 가치가 김포교육박물관의 가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인숙 선생님의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됐다. 반장이 일어나서 차렷과 경례정도에 따라 선생님의 음성이 다르다. 풍금소리에 맞춰 부르는 동요는 사람들을 신나게 한다. 수업에 참가한 다 늙은 학생(?)들이 부르는 뜸북새와 섬집아이는 늘 불러도 그 맛이다. 사십 여년이 지난 지금도 풍금소리에 따라 부르는 그때 음악은 우리를 정화시키기에 충분하다.

이인숙 선생님이 흥이 나 부르고, 대화를 하면서 수업이 무르익고...2교시를 맡은 김동선 관장선생님의 명 강의도 준비돼 있다. 저작권(?)이 있을 정도의 김동선 선생님의 수업은 직접 방문해 들어야 맛이다.

2층과 3층을 둘러보는 동안 ‘향수’노래가 생음악으로 울려 펴진다. 이인숙 선생님의 노래솜씨가 일품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곳에는 조선시대 교육부터 개화기 교육(1895-1910), 일제강점기(1011-1045) ,미군정기(1945-1948) 현대 교육기를 경험할 수 있는 책과 사진이 전시돼 있고, 문방구와 이발소 등이 재현돼 있다.

▲김동선·이인숙 부부

1950년대 교과서 가운데는 ‘농사짓기’ 교과서와 산수 대신 셈법 이름이 재미있다. 사진 가운데는 어린동생을 업고 학교 수업에 참가한 사진, 친구를 업고 물을 건네는 장면, 6.25전쟁 때 천막을 치고 거적 위에서 공부하는 모습의 사진을 볼 수 있다.

김 관장은 “온도와 습도 관리 등 과학적인 관리가 시급한 실정이지만, 누구도 역사에 대한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나서 효과적인 관리방안을 모색할 정도로 가치가 있지만, 개인박물관이라는 이유에서인지 관심 밖이란다.

이날 이곳을 방문한 서울 고광동에 사는 한서현(26세)씨는 수업을 들으며, 신기한 눈빛이 역력하다. “의미 있는 방문이었지만, 찾아오는 길이 너무 어려워 돌아가려는데 트럭운전수가 태워줘 오게 됐다”고 이정표 하나 없는 길을 답답해했다.

“유년의 진실한 추억을 떠 올릴 때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톨스토이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누구에게나 유년시절에는 인생의 행복들이 오롯이 담겨있다. 누가 그랬다 유년의 뜨락으로 가는 회억(回憶)속에 피어나는 그리움은 행복 자체라고.

교육박물관의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 교실에 앉아 수업을 받다보면, 수십 년 전 난로에서 피었던 연기냄새가 피어나고, 김이 나는 도시락도 보인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는 고향순이의 모습이 정겹도록 그리워 질 것이다. 섬집아이의 애잔함으로 피어나는 그 곳, 김포교육박물관의 가치를 모르는 ’김포의 무식함‘에도 아랑곳없이, 내안의 순수가 모락모락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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