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트레킹 코스를 가다

“김포트레킹 코스를 걷다보면 역사를 만나고 사물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길은 문명의 도구가 발달할수록 변화한다. 지금까지는 자동차 길을 만드는데 치중했다. 그러나 전국은 걷기 코스를 만드는 열풍이 한창이며 다양한 길들이 발표되고 있다.

2010년도 문화관광부에서 선정한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 탐방로” 10곳은 해남의 땅끝 길을 비롯해서 새재넘어 소조령길(문경), 대관령너머길. 백의종군로(산청), 토성산성 어울길(하남), 쇠둘레 평화누리길(철원), 남해 바래길, 증도 모실길, 청산 여수길(완도) 등이다.

이름에서부터 재미를 느낀다. 김포는 시작하는 단계지만 다른 지역과 견주어도 빠지지 않는 염하강과 조강이 품고 있는 아름다운 길이 있다.

▲김포의 자연과 역사와 인물을 만나게 되는 김포 트레킹코스가 준비중에 있다. 사진은 트레킹코스 가운데 쇄암리 약수터 가는 길.


염하와 조강을 품고 쇄암리 약수터로

경기도 DMZ 평화 누리 길이 처음 시작되는 김포 1코스는 대명항에서 문수산성 남문까지 14.91km로 일몰 전에만 다닐 수 있다. 이곳은 염하강이 흐르고 있어 경관이 수려하며 대부분 나지막한 산길로 이어져 있다.

대명항의 함상을 보면서 걷기를 시작하면 신미양요와 병인양요 때 서구 열강과 치열하게 싸웠던 조선시대의 군영인 덕포진과 몽고의 침입으로 고려 고종이 강화도로 피난할 때 뱃길을 잡다가 억울하게 처형당한 손돌의 묘를 만난다.

고종의 오판으로 손돌은 목숨을 잃었으나 처형당하기 직전에 띄운 바가지를 따라간 고종은 무사히 강화도에 도착하였다. 판단을 잘못하여 사람을 죽이는 손돌의 이야기는 지도자가 갖추어야 하는 판단력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갈매기와 선착장이 보일 즈음에는 한강에서 떠내려 왔다는 부래도(浮來島) 앞을 지나고, 염하강과 육지를 철책으로 갈라놓은 길을 따라 걷기를 계속하면 고려 고종이 몽고난을 피해 가던 중 물을 마셨다는 쇄암리 약수터에 도착한다.

이곳은 밀물 때는 물속에 잠기고 썰물 때만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지금은 하루에 정해진 시간에만 물맛을 볼 수 있다.

▲부래도 선착장에서 바라본 전경

- 강물 따라 흐르다 마음도 흘러 닿는 곳 즐비
- 강령포에서 이기울, 손돌에서 충절혼 만나
- 트레킹 코스는 ‘구슬 서말을 엮은 장편드라마’



김포여의주와 이계월을 만나다

1코스가 끝나는 지점인 문수산성 남문에서 문수산 산림욕장 가는 길을 따라가면 정묘호란 때는 인조가 병자호란 때는 봉림대군이 건넜다는 2코스가 시작되는 갑곶나루터를 지난다. 아흔 아홉 골짜기로 이루어졌다는 문수산을 끼고 논과 채소 밭 사이의 보구곶리 마을 길 끝에서는 초소와 마주한다.

이곳부터는 민통선 지역으로 사전에 군부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신분을 확인하고 초소를 통과 하면 ‘평화의 소’를 구출한 곳이며, 김포의 여의주로 불리는 유도와 문수산성을 쌓다가 죽은 사람들이 묻혔다는 구슬푼이의 아래 길을 지난다.

조강(祖江) 건너 북한을 수평으로 보면서 용강리로 들어가는 초입에서는 매화마름 군락지를 논길 옆에서 보게 된다. TV 드라마 ‘대왕세종’에서 침입한 왜군을 격퇴하는 지명으로 나온 적이 있고 한국전쟁의 상흔이 깊게 남아 있은 강녕포구에서는 시절의 무상함을 절감한다.

강녕포구는 1950년 6. 25 전까지는 반농반어 촌으로 고려시대에는 300여호의 촌락이 있었다고 한다. 이곳은 북한의 영정포구와 마포 및 문산포, 조강포와 함께 한강의 5포라고 불린다. 옛날에는 강녕포구에 가는 것을 “이기울” 간다고 하였다. 서울 마포까지 알려지게 될 정도로 사람이 지명보다 더 유명했다. 그 사람이 바로 이계월이다. 이계월을 이기울로 부른 것이다. 이계월은 고려시대 사람으로 풍류에 능하고 아름다웠다고 하며 고려가 멸망하면서 개성에서 강녕포로 이주하여 몰락한 나라의 선비를 그리면서 평생을 살았다.



조강포구에서 토정선생에게 길을 묻고

용강리에서 애기봉 가는 길에 있는 조강(祖江)포구는 한강과 임진강으로 올라가고 내려가는 선박의 터미널 역할을 하여 물참을 중시하였다.

물때를 말하는 "조강물참"은 토정 이지함 선생이 조강포구 옆 산에 움막을 짓고 삼일을 기거하면서 정하였다고 하며, 고려시대 이규보는 “사흘은 토끼때 사흘은 용때 / 사흘은 뱀때 하루는 말때이며 / 양때도 세 번, 잔나비때도 두 번인데 / 달이 기운후에도 이와 같도다.” 라는 축일조석시(逐日潮汐詩)를 지어 이용하게 하였다고 한다.

통진을 먹여 살렸다는 일화가 있는 조강포구 다음은 2코스 마지막 지점인 애기봉이다. 애기봉은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조강에서 생이별을 하고, 죽어서는 이곳에 선채로 묻어달라고 마을 사람들에게 유언을 남겼다는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김포 트레킹 코스는 삼국시대에는 한강하구의 격전지로, 근현대에는 프랑스군과의 전투와 한국전쟁의 상흔이 절절하게 배여 있는 곳이다. 어느 날 사람과 사람끼리 평화와 생명의 소중함을 성찰하면서 이 길을 걷다보면 역사를 만나고, 사물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만날 것이다.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