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곶면 성동리 산성마을 얼음 썰매장

이제 대한(大寒)도 지나고 한 달만 지나면 봄바람이 불기 시작한다는 우수(雨水)가 다가온다.
100여년 만에 찾아 왔다던 지긋지긋했던 추위와도 안녕을 고해야 하는 시간이다. 지긋했던 만큼 정이 더 든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겨울, 마지막 추위를 즐겨보자.

48국도를 따라 강화방면으로 가다가 강화대교 바로 못 미쳐 문수산으로 우회전하면 성동1리 산성마을이 기다리고 있다. 산성마을은 농촌체험마을, 마을가꾸기사업을 통해 관내에서도 최고의 단결력을 보여 주는 마을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런 그들이 겨울 동안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3년째 무료로 얼음썰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산성마을(성동1리) 얼음썰매장


얼핏 심심할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 얼음썰매지만 막상 타보면 이렇게 신이 날 수가 없다. 올 처음 왔다는 아이도, 지난해에 와봤다는 아이도 얼음 위를 미끄러지는 썰매 위에서 즐거운 표정이 가실 줄 모른다. 한쪽에선 마을에서 제공한 전통 팽이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열심히 채찍질 하는 모습도 정겹게 다가온다.


산성마을 얼음썰매장은 겨울 동안 쉬는 논에 물을 대서 만든 것으로 1천5백여 평에 이른다. 이곳을 찾아오는 인원을 생각하면 너무 썰매장 크기가 너무 넓다. 하지만 넓은 만큼 놀기도 좋다. 꼬마친구끼리 옥신각신 한 바퀴 도는 경주에만 30분은 족히 걸린다.


썰매장이 보유한 썰매는 모두 110개. 첫해에 60개를 만들었는데 방문객이 늘면서 올해 50개를 더 만들었다고 한다. 단순한 썰매 같지만 원가가 2만원이 넘는다. 다른 얼음 썰 매장 썰매와는 달리 썰매 앞면에 가림막을 덧붙여, 혹시나 썰매 앞으로 튕겨져 나가는 사고를 막아 주니 안정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썰매장은 무료지만 썰매 대여료로 3천원을 받고 있다.


썰매장 입구에는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오뎅과 떡볶이, 삶은 달걀, 컵라면 등을 팔고 있다. 역시 저렴한 가격으로 마을 인심을 자랑한다.


부천에서 왔다는 강수연(여.35)씨는 “펜션을 잡고 1박2일로 놀러왔는데, 오늘은 얼음썰매장, 내일은 조각공원 눈썰매장을 찾을 계획”이라며 “넓은 썰매장 안에 들어와 있는 것만으로 시원한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임제성 마송순복음교회 주일학교 교사(53)는 서서 타는 외날 썰매를 믿을 수 없는 균형감으로 스피드를 내며 얼음 위를 내달리는 데 정신이 없다. “이건 옛날에 타보지 않은 사람은 못 타요. 40여 년 만에 타서 나도 못 탈줄 알았는데 너무 재밌네요”라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린다.

들이켜는 컵라면 국물로 언 몸을 녹이고 있는 아이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오경욱 산성마을 반장은 “우리 어렸을 때는 저거 타고 덜 얼어서 출렁거리는 얼음 위, 사이사이 논두렁도 다 타고 넘어 다녔다”고 자랑한다. 그 모습에 어린 아이들과 젊은이들이 외날 썰매타기를 시도해 보지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외날 썰매타기 시범을 보이는 오경욱 이장.


이렇게 추운 겨울에 꽁꽁 언 얼음 위에서 정신없이 타던 썰매... 지금 이곳을 찾는 어른들은 어릴 적 추억에 감회가 새롭다. 지금 얼음 위를 지치는 아이들은 세월이 흘러 언젠가 되씹을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다.

 
늦기 전에 달아나는 추위 끝을 붙잡고 얼음 위를 미끄러지며, 강추위와의 추억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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