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병 훈
김포시 서예협회장·본지 편집위원
한마디로 自然이라 함은 개(犬) 고기를 불에 익혀서 뜯어 먹으니 배가 불러 내가 이 세상에서 최고(自)라는 뜻이다.

결국은 배부름이 自然이다. 고대 인도인들은 일찍이 대자연의 조화에 의해 생명이 태어나서 자연과 더불어 성장하고 다시 자연 속으로 돌아감을 체득했다.

자연에서 영양을 섭취하고 자신도 자연에 돌아가 다른 생물처럼 보금자리가 되어준다고 믿었다.

때문에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열매가 떨어지듯 경건하게 받아들였다.

지수화풍(地水火風) 네 가지 요소가 적당히 인연하여 인간의 육신을 만들고 성스러운 생명이 그 안에 깃들어 한평생 운용하다가 기능이 다하면 고맙게 몸을 떠나서 또다른 몸을 빌어 윤회한다고 믿었다. 땅과 물과 불과 공기로부터 얻은 생명은, 그 자연 속에서 살다가 다시 땅으로 물로 불로 공기로 돌아가기 때문에, 우주 만물을 어루만져 내 몸 아님이 없고 물소리 바람소리 들어 생명 아님이 없다.

몸을 성장시키는 데도 네 가지 요소에서 섭취하고, 몸을 세척하여 건강을 유지하는 데도 네 가지 요소를 이용한다.

땅에 몸의 일부를 묻어 땅김을 쏘이는 흙찜이나 모래찜 등의 지욕(地浴)을 했다. 찬 물이나 더운 물에 몸을 번갈아 담그어 피부를 관리하는 수욕(水浴)을 했고, 타오르는 불길을 쬐어 몸을 달구고 따뜻한 온돌에 몸을 지지는 화욕(火浴)을 했으며, 찬 바람 더운 바람에 몸을 말리거나 저녁 들녘을 산책하며 바람을 쐬는 풍욕(風浴)을 했다.

네 가지 요소인 자연의 사대(四大)로 건강을 유지하다가 죽으면 네 가지 방법으로 돌아간다. 땅 속에 묻는 매장이 지장(地葬)이요, 문무왕처럼 물 속에 들어가 쉬는 수장(水葬)을 했고, 몸을 태워 한줌 재로 변하게 하는 화장(火葬)을 했다.

숲이나 넓은 광야에 두어 비바람에 흩어져 자연으로 돌아가게 하는 풍장(風葬)도 있었다. 요즈음에는 나무 밑에 묻어두는 수목장(樹木葬)이 한창이지 않은가?

인간의 요소가 무엇이든 간에, 자연에서 발생했기에 자연 속에서 자연을 섭취하고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감에는 동서고금을 통해 변함이 없다. 빈부귀천을 떠나서 인간은 자연의 일부분이다.

자연의 섭리를 거역하여 그 중의 한 가지 요소가 모자라거나 불균형이 발생했을 때 병환이라고 말한다. 치료 방법의 최선은 사대 균형을 맞추는 일이며, 모자라는 요소를 채우는 일이다.

본래 태어날 때 취했던 요소의 균형을 한평생 지켜나가기란 쉽지 않다. 같은 가지에 열린 과일도 결실의 차이가 있듯이, 타고난 자연의 조건도 쓰임에 따라 균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몸이 몸을 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몸을 부리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어째서 자연과 담을 쌓고 인위적으로만 삶을 영위하려고 할까? 인간도 자연의 일부분임을 아는 자만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우주와도 바꿀 수 없는 오직 하나뿐인 존엄한 생명의 주인공은 마음이다. 내 마음은 옛날에도 있어 생각을 했고, 오늘에도 있어 사유를 하며, 내일에도 지속되어 사고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소중한 생명 자체가 바로 끊임없이 지속되는 사고력을 제공하는 마음이다.

나의 일생을 통해서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일어나는 마음자리를 통해서, 나 자신을 확인하고, 또 상대개념을 파악하며, 한량없는 추상력을 발휘하여 삶의 공간을 넓혀가고 있다. 만약에 이 마음의 작용에 고장이 생겨 사유를 못하게 되거나, 그 영역이 줄어들어 본능을 표현하는데 그쳐버린다면 다른 짐승이나 다를 바 없다.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말할 수 있음이 바로 마음 때문이다.

마음이 본래 실체가 있다면 과거와 미래의 마음이 있을 수 있으나, 인연의 소치에 불과하기 때문에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없다.

과거의 마음이 인연에 따라 나타났다가 그 인연이 다하여 사라졌듯이 현재의 마음도 인연에 따라 나타날 뿐이고, 미래의 마음도 미래에 있을 어떤 인연에 따라 나타나게 될 것이다.

自然의 고마움을 잊고 사는 사람을 일러 인간성이 상실되었다고 말한다. 자연 환경을 보호하고 자신의 양심을 지키는 일은 중요하다. 흙과 더불어 살아갈 때의 희망을 흙에게 돌려주는 인간성! 그것이 역사 경영에 참여하는 참신한 길이다. 또한 그것이 自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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