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승의 세상 사는 이야기 <제680회>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병(病)에 이롭고, 충언은 귀에 거슬리지만 행실에 이롭다”는 뜻입니다. 사기(史記)의 유후세가(留侯世家)에 나오는 말입니다. 

 

진(秦)의 시황제가 죽자 천하는 크게 동요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곳곳에서 군사를 일으켜 진나라를 타도하려 하였습니다. 그 중에 유방(劉邦)과 항우(項羽)도 끼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방이 항우보다 한 발 앞서 진나라의 도읍 함양에 입성하였습니다. 유방은 3세 황제 자영으로부터 항복을 받고 왕궁으로 들어갔습니다.

궁중에는 온갖 재물과 보화와 미녀들이 잔뜩 있었습니다. 유방은 마음이 동하여 그대로 궁중에 머물려고 했으나 용장 번쾌가 간했습니다. “아직 천하가 통일되지 않았습니다. 속히 이곳을 떠나 패상(覇上)에 진을 치십시오.”

 

그러나 유방이 듣지 않자 이번에는 장량이 또 간 했습니다. “진나라의 시황제가 백성을 살피지 않고 간신들의 말 만 듣고 거만하고 쾌락에만 도취하였기에 패공 같은 서민이 왕궁에 들어오실 수 있었습니다.

 

이제 남은 임무는 천하통일 위해 잔적을 소탕하고 흩어진 민심을 안정시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묵하고 검소해야 합니다. 왕께서 간신들의 말과 보물에 현혹되신다면 진의 시황제와 하(夏)의 걸(傑)왕과 다를 바 없습니다.

원래 충언은 귀에 거슬리나 행실에 이롭고(忠言逆於耳而利於行) 독한 약은 입에 쓰나 병에 이롭다(毒藥苦於口而利於病)라고 하였습니다. 부디 번쾌의 간언을 들으시옵소서”

 

이 말을 들은 유방은 불현듯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왕궁을 물러나 패상에 진을 쳤답니다.

 

또 공자가어(孔子家語)의 육본편(六本篇)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병에 이롭고, 충언은 귀에 거슬리지만 행실에 이롭다.” 은나라 탕왕은 간언하는 충성스런 신하와 선후배가 있었기 때문에 번창하였고, 하나라 걸왕과 은나라의 주왕은 아첨하는 신하들만 있었기 때문에 멸망했습니다. 임금이 잘못하면 신하가, 아버지가 잘못하면 아들이, 형이 잘못하면 동생이 간언해야 합니다.

 

좋은 충고는 귀에 거슬리지만 행함에 있어 이롭다는 뜻입니다. 이 말은 지도자가 꼭 들어야 하고, 반드시 그대로 행(行)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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