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김포평야로 모이자

박태운 본지 발행인

우리나라 5대 곡창지대의 하나인 김포평야는 한강하류를 연결하여 안양천 서측의 강서구 일대와, 부천과 부평을 경계로 하는 계양구 및 서구 일대의 광활한 영토를 지역으로 했다. 이곳은 일제강점시대에는 대표적 식량착취 대상 중의 한 곳이기도 했듯이 지리적 측면의 강점을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렇게 광활한 김포평야는 이후 시대의 변천에 따라 서울·인천 등으로 찢겨나갔고, 김포는 마치 도깨비방망이처럼 볼품이 없는 앙상한 지도 형태로 남아있다. 김포가 모태가 되어 발달한 수도권 서북권의 뿌리는 이렇듯 김포가 뿌리였음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는 가운데, 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시작돼 역사적인 김포의 지도를 다시 그릴 수 있을 것 같아 설레는 맘을 금할 수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인근의 어디와 어떤 연관성으로 통합을 논의할거냐는 문제다. 그동안 거론되던 모델은 파주와 고양과의 통합 논의다.

이 논의는 역사적, 지리적 문제로 인해 시민들에게 동의를 구하기 어려운 통합안이다. 통합이 역사성과 생활권의 고려가 통합의 기본적인 구성요건이라 할 것이다. 고양과 파주와의 통합안은 한강이 가로막은 상황으로 생활권이나, 역사성에서 동질감을 찾기 어렵다. 

옛 김포의 역사성에 주목하던 차에 김포시와 인천광역시 계양구, 서구, 강화군의 4개 자치단체장이 지도를 펼쳐 놓고 숙의 끝에 광역시로 통합하기로 결정하였다니, 결정을 대환영하며, 네 분의 자치 단체장에게 최대의 찬사와 경의를 표하며 바이다.

역사는 회귀성을 갖고 있다. 옛 소련이 자신들의 고유한 역사성과 민족적 연고를 찾아 분리 독립을 하는 등의 역사적 사례에서 보듯, 역사적으로 자기 영토를 찾아 지역과 민족(주민)은 관성적으로 회귀하려는 운동성을 갖고 있다.

광역통합시의 지리적 여건을 살펴보면 동으로는 한강, 서측으로는 경인운하, 염하강을 따라 서해로 연결된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강과 운하와 바다로 둘러싸인 광역통합시는 아름다운 도시의 최대 조건을 갖고 있다.

도시의 낭만을 살리며,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자연적 조건을 갖춘 통합시의 미래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한강에는 샌프란시스코와 도쿄처럼 요트가 가득 차고, 김포 터미널에서 출발한 쿠르즈 여행은 아라뱃길을 통해 3천개가 넘는 섬 여행을 하고, 염하강에서는 10m가 넘는 간만조의 차를 이용한 래프팅을 해보면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정부는 내년 7월까지 통합하는 시, 군, 구에 50억원을 지원하고 기존 교부세액을 5년간 유지하며 통합자치단체의 1년분 보통교부세액의 60%를 10년에 걸쳐 나눠준다고 한다. 그 외에도 행정, 주민생활, 산업에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통합에 속도를 부채질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의 일부분이다. 이는 기왕의 통합광역화를 행정낭비와 소모적 비능률을 없애보자는 의도이기도 하다.

이번 행정개편은 행정적인 효율성 제고 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분열시킨 가장 골 깊은 지역감정을 해소하는 역사적 통합방향이어야 한다. 충청도가 없어지고 경상도, 전라도가 없어지면 되는 것이 아니라 충청도와 경상도, 충청도와 전라도, 전라도와 경상도, 경상도와 강원도 등 인근의 시, 군, 구를 통합하는 도시가 태어나야 지역감정의 망령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물리적(지리적) 통합은 화학적(정서적, 정신적) 통합을 이루는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가운데 가평군은 강원도와, 연천, 포천은 철원과의 통합이 거론된다. 시도의 광역체제 안에서 만의 통합은 간편성은 있지만 적정성은 부족하다.

차제에 광역을 함께 흔들어 통합도시를 만들어야만 진정한 국가경쟁력 향상의 목표가 실현되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특단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김포시와 계양구, 서구, 강화군의 자치 단체장들이 지도를 펴놓고 통합을 논의 한 것만도 바람직한 일이지만, 4개 시군구의 가장 대표성을 갖는 위치에서의 통합 합의는 너무도 고무적이다.

더구나 정치적으로 개인적인 욕심을 포기하고 통합을 위한 결정은 결코 쉽지 않은 결단이다. 네 분의 자치 단체장들에게 진심어린 격려와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후속처리를 위한 민간, 전문가, 행정 등의 통합추진위원회가 조속히 결성되어 지역의 민심을 하나로 모으고 정부와 국회에 우리의 의견을 전달하여 아름답고 능력 있는 전국 제일의 도시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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