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그의 아들 김정운에게 권력을 대물림하려는 문제를 놓고 말들이 많다. 봉건시대도 아니고 명색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한다면서 어떻게 해서 한 나라의 권력 대물림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져 왔고 또 다시 거론 되고 있는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그 해답은 한 마디로 말해서 북한의 사회주의 조선노동당 독재에서 비롯된다. 북한의 법제도를 보면 사회주의 헌법이 있고, 그 위에 조선노동당 규약이 군림하고 있다.

헌법을 최고 법규범으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와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와는 딴판이다.

따라서 북한에서 조선노동당 규약은 최고 법규범으로서 조선노동당의 정체성, 당면과제, 대내외 국가운영지표 등 국정전반을 광범위하게 규정함으로써 국가권력의 원천(源泉)이 되고 있으며 이 같은 당의 노선에 위배되는 국정행위는 절대로 용납되지 않는다.

그래서 북한의 사회주의 헌법도 이를 이어 받아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조선노동당의 영도 아래 모든 활동을 진행한다’라는 당의 절대우위원칙(絶對優位原則)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이 노동당 규약 가운데서 눈여겨 봐야할 대목은 조선노동당의 정체성이다. 즉, 조선노동당은 김일성이 창건한 『마르크스·레닌』주의 혁명당이며,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선봉적 조직 부대이며, 근로 대중 조직체 가운데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혁명 조직이라고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조선노동당은 김일성의 혁명사상과 주체사상을 유일한 지도지침으로 삼는다고 밝히면서 조선노동당의 당면목표는 북반부에서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고 최종적으로는 온 사회를 주체사상화(主體思想化)해서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는데 있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쉽게 말해서 적화통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선노동당 규약은 당의 유일사상체계 즉, 김일성만이 유일하다는 사상체계를 세우는 것을 당건설과 당활동의 근본원칙으로 삼는다고 규정함으로써 김일성 우상화를 철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당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을 위한 10대 원칙이라는 것을 따로 만들어 권력의 세습을 당의 이름으로 보장하고 구체화시키고 있다. 즉, 중요한 내용만 간추려 보면 그들은 김일성이 영도하는 김일성시대에 살고 투쟁하고 있으며 이런 때 김일성을 수령으로 받들고 살고 있는 것은 조선노동당과 인민의 최대 영예인 동시에 행복이라고 전제하고 김일성이야 말로 인민들이 수천 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맞이하고 있는 위대한 수령이라고 극찬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를 조선노동당의 창건자이며 영도자인 동시에 혁명 무력의 창건자일 뿐만 아니라 최고 사령관이라고까지 치켜세우고, 따라서 모든 인민과 당원은 김일성이 개척한 혁명 위업의 대를 이어 일관성 있게 끝까지 계승하며 완성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굳게 다짐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를 완벽하게 완수하기 위해서는 모든 인민이 김일성 수령을 목숨 걸고 지켜야 하며 그의 위대성을 안팎으로 널리 선전하고 그 권위를 절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권위와 위신을 훼손시키는 일은 절대로 용납되지 않으며 심지어 김일성 초상화, 석고상, 동상, 초상위장, 김일성의 초상화를 담은 출판물, 김일성을 형상화한 미술작품, 김일성의 현지 교시판, 당의 기본 구호 등까지 정중히 다루어야 하고 철저히 간직하고 지켜야 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에서 김일성 일가의 권력세습은 그들의 최고 법규범인 조선노동당 규약에 근거한 절대적 산물이라 하겠다.

몇 년 전 운동경기 응원을 위해 우리나라에 온 북한 여성 응원단원들이 비오는 날, 차를 타고 이동하다 북한을 상징하는 형상이 담겨 있는 현수막이 비바람에 뜯겨 땅바닥에 나둥거리는 것을 보자 차를 세우고 나가 현수막을 부등켜안은 보도화면을 보고 우리는 모두 웃었지만 그들에게는 아주 중대한 사건이 아닐 수 없으며 만약 그대로 지나쳤다가는 돌아가서 중벌로 다스려진다는 속내를 알면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남음이 있을 것이다.

생각건대 김일성 일가의 권력세습은 북한 땅에 사회주의 노동당 독재체제가 지속되고 조선노동당 규약이 바뀌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계속 세계의 화제 거리가 될 것 같다.

김 종 일(북한연구소 감사·본보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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