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 주교회의(한국 천주교회의 최고 의사 결정기구)는 2000년 12월 한국교회의 과거 잘못에 대하여 반성하는 교회의 공식 문건 ‘쇄신과 화해’를 발표하고 한국 천주교회가 지난 210년의 역사에서 잘못한 점들을 공식으로 고백하고 용서를 청했습니다.
그것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대회년과 함께 새 천년이 시작되었습니다. 교회가 맡겨진 사명에 충실하면서 새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지난날의 잘못을 참회하고 자신을 정화하는 자세가 요청됩니다. 세계 천주교회의 최고 수장인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도 “과거의 나약함을 인정하는 것은 우리의 신앙을 강화하도록 도와주는 정직하고 용기있는 행동”(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사도직 서한 「2000년 대회년 준비에 관하여」 33항)이라고 하시면서 교회가 자신의 잘못에 대하여 참회하는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1. 우리 교회는 세계 정세에 어둡던 박해 시대에 외세에 힘입어 신앙의 자유를 얻고 교회를 지키고자 한 적도 있었으며, 서구문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문화적 갈등을 빚기도 하였습니다.
2. 우리 교회는 열강의 침략과 일제의 식민통치로 민족이 고통을 당하던 시기에 교회의 안녕을 보장받고자 정교분리를 이유로 민족 독립에 앞장서는 신자들을 이해하지 못하였고, 때로는 제재하기도 하였음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3. 우리 교회는 광복 이후 전개된 세계 질서의 개편 과정에서 빚어진 분단 상황의 극복과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력에 적극적이지 못하고 소홀히 한 점을 반성합니다.
4. 우리 교회는 소외되고 차별받는 사람들의 인권과 복지를 증진시키는 노력도 부족하였음을 반성합니다.
5. 우리 교회는 모든 이가 올바른 가치와 도덕을 바탕으로 서로 이해하며 더불어 살아가도록 이끄는데 미흡하였습니다.
6. 우리 교회의 성직자들이 대대로 사회의 도덕적 윤리적 귀감이 되지 못하고 권위주위에 빠지거나 외적 성장에 지나친 관심을 두는 등 세상 풍조를 따르는 때가 많았음을 고백합니다.
7. 우리 교회는 다종교 사회인 우리 나라 안에서 다른 종교가 지닌 정신문화적 가치와 사회윤리적 선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잘못을 고백합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과거를 돌아보며 반성하는 것은 장래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행동”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과거 역사에 대한 올바른 반성은 교회가 세상 안에서 받게 되는 유혹과 도전에 직면하여 무엇이 예수님의 선택이었으며 길인가에 대해 우리를 각성시키고 그것을 극복하도록 준비시키는 것이라고 보겠습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이 문건을 통해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신사 참배를 하게 된것을 참회한 것입니다.
그리고 민족의 분열을 극복하지 못한 죄를 고백하고 군사독재와 인권탄압의 시기에 예언자적 역할을 감당하지 못한 교회의 잘못을 고백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 천주교회는 무엇을 해야 하나?교회 외적으로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로 초래된 가난한 확산과 차별의 극복, 민족의 평화통일과 정의로운 사회구현, 그리고 군사문화와 폭력·환경 파괴와 생명 조작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는 것입니다. 교회 내적으로는 성직주의와 권위주의의 청산, 교회에 민주적 제도의 정착, 여성 참여와 여성 지도력 배양, 바른 사회를 위한 교회의 역할 확대 등이 될 것입니다.
오늘의 어려운 상황속에서 한국교회는 우리 역사와 사회와 민족 앞에서 십자가를 지고서 더욱 더 빛과 소금과 누룩의 역할을 다할것을 요청받고 있으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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