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어 처음 한글을 배운다는게 쑥스럽고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래도 못배운 한이 너무 쌓이고 쌓여 무작정 2년 전 여성회관을 찾았습니다.”글을 배우는 것보다 먹고 사는 것이 급급했던 시절에 태어나 평생을 문맹으로 살아온 엄혜숙(67, 북변동)할머니는 여성회관 한글배움의 교실에서 2년간 공부한 끝에 한글을 깨쳤다.
처음 글을 배우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무작정 여성회관을 찾아가서 “한글을 가르쳐 줄 수 없냐” 물어봤다는 엄할머니는 이젠 글을 읽을 수도 있고, 쓸 수도 있어 아무것도 부러울게 없다며 직접 쓴 일기며 기행문, 편지들을 자랑스럽게 내놓는다. 이제는 모르는 곳을 가도 어떤 버스를 타야할 지 알고 동사무소에 가도 등본·초본을 손수 떼어볼 수 있어 기쁨의 눈물도 한 없이 흘렸다고.
두딸과 아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는 엄할머니는 3년전 위를 잘라내는 대수술을 받았을 정도로 몸이 좋지 않다. 게다가 오른손엔 마비증세가 있어 딱딱하게 굳은 손으로 글씨를 쓴다는 것 조차 엄할머니에게는 힘든 일. 병원에 다니면서도 엄할머니는 일주일에 두 번 있는 수업에 한번도 빠진 적이 없이 2년을 꾸준히 노력한 결과 15명중의 수료생 중 가장 우수한 모범학생으로 뽑혀 지난달 20일 있었던 한글배움의 교실 수료식에서 수료생 대표로 송사를 하기도 했다.
엄할머니는 “글을 배우고 나니 그 재미있던 텔레비전 드라마도 재미가 없다”고 말할정도로 한글배우는 재미에 푹빠져 있다. 요즘에도 엄할머니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받침연습을 위해 매일매일 헌 달력에 빽빽한 글자를 써 내려가며 연습을 하고 있다.
엄할머니는 한글을 완전히 깨치고 나면 초등학교 고학년 과정, 중학교 과정을 배워서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치른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마지막으로 엄혜숙 할머니는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았던 설움을 버렸고, 배움의 즐거움을 알았으며,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이젠 한글뿐만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배워서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며 “배움의 기회를 잃어버린 우리들을 외면하지 않았던 여성회관과 황봉임, 기영자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