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종합고등학교
교사 엄민용

교육계가 한파를 겪고 있다. 전국교직원 노동조합의 소속 교사들이 집단 조퇴와 연가를 내며 정부의 교육정책을 비판하고 교대생들은 동맹휴업과 집단 자퇴원서를 제출하였다.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이하 자립형사립고), 7차 교육과정, 성과급 지급, 중등교사자격증 소지자의 초등교사 임용 등 정부의 교육정책과 이에 대한 교육전문가와 시민단체, 교원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이 갈등의 원인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일단 시행하고 보자'라는 '무서운'뚝심으로 학생들을 시험대상으로 삼고 있다.

평준화의 해제를 가져오는 자립형 사립고

1995년 '5.31교육개혁조치'로 등장한 자립형사립고는 '고교평준화와해'라는 여론에 밀려 시행이 유보됐다가 올해 교육부의 추진방침으로 전국 5개학교가 선정되었다.
교육부는 자립형사립고가 고교교육의 다양화, 특성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한다. 또 교육과정편성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지 않으며, 재단 전입금을 전체 학교 운영비의 20%이상으로 하고 등록금은 일반 고등학교의 3배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얼핏 획일적 학교교육의 문제를 극복하고, 학생들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처럼 보이지만 이면에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귀족학교', '입시기관'으로 전락할 자립형사립고

자립형사립고의 첫째 문제는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조장해 귀족학교로 변질될 것'이라는 점이다. 자녀교육에 사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학부모들은 교육만큼은 부의 수준에 상관없이 누구나 평등하게 받아야 한다는 정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자립형사립고는 부모의 '부'가 자식의 교육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과외비 연구보고서에서 서울 강남구는 자녀 1인당 42만원, 서초구는 38만원을 지출하여 강북 어느 구의 15만원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며, 또 강남.서초구와 강북 자치구의 서울대 진학률이 10배까지 차이나는 사실에서 학부모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되어 버린 것이다. 여기에 1년에 최고 420만원까지 책정되어 있는 자립형사립고의 등록금과 여기 입학하기 위한 과외비는 결국 교육을 통한 사회의 양극화를 불러올 것이다.
둘째는 자립형사립고가 애초의 목적과는 달리 '입시기관'화 될 것이다. 기존의 특수목적고도 외국어 조기교육과 과학영재교육이라는 목적과 달리 서울대 진학을 위한 입시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는 어떤 교육정책이나, 교육 주체도 대학입시라는 거대한 산 앞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 학생들의 자율과 창의성을 키워준다는 자립형사립고도 학부모들의 '대학입시'라는 요구에 굴복할 것이며, 결국 상류계층만을 위한 입시명문학교의 설립 외에는 다름이 아니다.
셋째는 국가의 교육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한해 교육예산 20조원 중 사립학교 보조금은 1조원 정도다. 자립형사립고가 증가할수록 보조금은 줄겠지만 자립형사립고도 재단의 전입금은 20%선에 불과하다. 결국 나머지는 학부모의 부담으로 돌아가며 이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공교육의 문제를 회피하는 결과가 된다.

자립형사립고의 설립은 철회 마땅

내년부터 시행되는 자립형사립고는 입시에만 목을 매는 '일그러진 교육열'을 부추기는 소수만을 위한 제도가 될 것이다. 평준화 제도에서 오는 문제는 기본적으로 평준화 해제가 아닌 공교육의 정상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또한 자립형사립고가 추구하는 다양화와 자율화, 창의성 계발이라는 목표는 결코 자립형사립고 학생들만이 누리는 몫이 아닌 모든 학생들의 것이다. 정부는 지금 공교육의 문제를 시장과 경쟁의 논리로만 해결하려 하고 있다. 수많은 교육주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돌진하는 교육부는 스스로를 반성하고 교육주체들과의 진지하고 성실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헌법 31조에 보장되어 있는 '교육을 받을 권리'는 교육의 평등이나 공공성을 뜻하는 것이지 경제적 능력에 따라 좌우되는 '기회'의 균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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